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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푸른빛 낙원 http://glog31482.ijak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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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의 6월 7일을 위하여

  • ●●●●● 평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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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요약

연인들의 6월 7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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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회 16. f(8월 2일) = 과속방지턱 (3)

  • 작성일 2019-01-11 오후 6:23:00 |
  • 조회 6
 유영은 렉스의 말을 뒤로하고 힘껏 문고리를 돌려서, 복도로 나갔다. 문을 닫은 후부터 기숙사 안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짙은 회색으로 변한 기숙사 복도 위로 기이한 빛이 떠올랐다.
 빛은 그림자처럼 바닥에 딱 붙은 채, 점점 나뭇가지 모양으로 변해갔다. 황금빛 나뭇가지 모양은 구불구불한 선을 그리며 뱀처럼 움직여, 유영보다 먼저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유영은 자신을 안내하는 나뭇가지 모양을 따라서, 아무 생각 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랑은 위험한 빛을 따라가는 유영에게 경고 한마디 하지 않았다. 유영은 머릿속을 비우고, 나뭇가지 모양으로 빛나는 빛을 쫓아갔다. 그 빛은 유영을 뒤숭숭한 남자 기숙사 밖으로 이끈 뒤, 첫 번째 환영의 마지막 장면이 촬영된 장소, 별관으로 유영을 데려갔다. 유영이 별관으로 가는 동안 다음 사건을 예측하는 경찰들과 우로방들, 그리고 주위를 삼엄하게 지키는 수도사들 누구도 유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섬을 지배하는 나무가 그들의 눈을 가려서, 유영을 보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빛에 시선을 고정한 유영은 이전 환영 속에서 스스로 올랐던 별관 계단을 빛의 안내를 받아, 다시 올라갔다. 유영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 또 생각하지 않는 모습으로 어둠을 꿰뚫고 지나가, 옥상 문을 열었다. 멍한 유영의 눈에 바람이 불어오는 옥상은 황량한 벌판처럼 끝이 없이 펼쳐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유영은 옥상 가장자리까지 주저하지 않고 나아갔다.
 넓은 초원 같은 옥상에서 유영은 앞으로 걸어가면서, 한 발에 한 번, 선배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유영의 두 눈은 현실에 실재하는 공간이 어떻든지 간에 정말 끝이 없는 초원을 보고 있는 것처럼 먼 곳을 보면서, 이 초원 어딘가에 있을 루시아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금방 유영은 초원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랐다.

 발끝이 옥상 가장자리에 이르는 순간, 유영은 앞에서 불어오는 센바람에 뒤로 물러섰다. 얼굴에 맞닿는 바람 때문에 정신을 차린 유영은 밤하늘을 보며 루시아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불렀다. 그러자 아래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유영의 말에 대꾸해주듯 유영의 셔츠 자락을 펄럭였다.
 유영은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기대하는 눈초리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첫 번째 환영 때처럼 루시아가 있었지만, 유영은 루시아가 반갑지 않았다. 건물 아래에 있는 루시아는 온몸이 꺾인 채로 죽어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루시아를 보며, 유영은 점점 눈을 크게 떴다. 유영은 현실을 부정하며 혼잣말했다.

 "아니야. 속지 않아. 이건 거짓말이야."

 빛이었던 나무가 어느덧 손에 잡히는 형체로 변해서, 창백한 콘크리트 벽에 뿌리를 박고, 유영의 뒤로 나뭇가지를 뻗어왔다. 나무는 유영의 목 뒤쪽을 간지럽히면서 유영에게 속삭였다.

 "그래, 거짓말이야. 그렇지만 오랫동안 내 거짓말은 진실이었지."

 유영은 고개를 쉴 새 없이 가로저었다. 그러자 나무가 유영의 뺨 앞쪽으로 나뭇가지를 뻗으며, 유영이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건물 아래를 뾰족한 나뭇가지 끝으로 두 번이나 가리켰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이 거짓은 진실이 될 수 있어."

 유영은 어금니를 깨물며, 힘 있게 나무의 말을 받아쳤다.

 "네 말에 속을 것 같아?"

 나무는 유영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더 당당히 말했다.

 "나는 세상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속여왔어. 너 하나쯤 사로잡는 건 어렵지도 않다고. 게다가 너는 내 거짓말로 태어난 로컬메유, 그렇지? 어찌 보면 나는 너를 낳은 어머니야."
 "내 어머니는 네가 아니야."
 "그러면 네 어머니는 누구지? 지금 네가 어머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너를 낳은 사람이 아니잖아. 그러면 너를 버리고 집을 나간 여자가 네 어머니인가?"

 나무는 해괴망측하게 구부러진 나뭇가지를 뒤흔들면서 낄낄거렸다.

 "진짜면 뭐해. 너를 버렸는데."

 나무는 긴 머리카락처럼 유영의 목과 뒤통수를 구불구불 서로 얽힌 나뭇가지로 덮었다. 그러나 유영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빤히 루시아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유영은 속으로 저기 있는 시신은 환상이라며 반복해서 주문을 외웠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진실 같았다.
 시각적인 세상에서 살아온 유영은 조금 전 나무가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을 때, 대꾸할 말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말보다 강력한 아랑의 이미지가 짙은 환영처럼 마음에 떠올랐다. 나무는 유영의 목덜미를 감쌀 듯 감싸지 않으며, 유영의 뒤에서 실바람 같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진짜가 버리고 떠났으니까 하는 수 없이 새로운 어머니가 주워준 거야. 너희는 내 품에서 너희 어머니를 잊고 아주 오랫동안 살았어. 인제 와서 돌이킬 수 없어. 우리는 죄로 엮인 한 가족이야. 그래도 네가 줄곧 너를 먹여 살린 나를, 네 어머니를 배신하고, 진짜 어머니를 찾아 나서겠다면, 그렇게 하면 돼."

 나무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유영의 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유영의 몸이 뒤로 돌아가는 타이밍에 맞춰, 눈 깜짝할 사이에 옥상은 커다란 배로 변했다.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바람에 배는 출렁이는 파도에 휩쓸려서 덜컹거렸다. 유영은 단숨에 변한 풍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배의 난간을 붙들며, 칠흑 같은 물속을 내려다봤다. 물속에는 유영이 모르는 바다 괴물들이 물살을 타고 넘실대면서, 유영을 배에서 떨어트릴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유영은 거칠어지는 파도에 두려움을 느껴서, 양손으로 난간을 꼭 쥐었다. 그러나 이 배의 조종석에 앉은 것은 나무였다. 선장실 문을 박차고, 나뭇가지를 뻗은 나무가 유영의 목덜미 아래서 한숨을 쉬었다.

 "네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나무를 돌아보며 난간에 무기력하게 기대고 선 유영은 목을 조를 것 같은 나뭇가지를 피해, 몸을 뒤로 크게 젖혔다. 유영의 등 뒤로 우뚝 솟은 산맥처럼 파도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나무는 바닷물에 등이 젖은 유영을 비웃었다. 바닷가에도 가본 적 없는 유영은 저승이라 불리는 검은 바다가 시야를 가득 메우자,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나무는 바다를 두려워하는 유영을 재촉했다.

 "똑바로 봐. 저게 죽음이야. 네가 진짜라고 말했던 것은 다 죽음이었어. 이제 나에게 용서를 빌고, 죽고 싶지 않다고 애걸할 마음이 생겼어?"

 나뭇가지는 힘을 빼고, 유영의 목덜미를 쥐었다. 유영은 턱을 치켜든 자세로 뻣뻣이 서서, 발이 미끄러지면 곧바로 빠질 것 같은 물속을 보았다. 별안간 까만 바닷속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유영은 나무 그림자를 쫓았을 때처럼 그 그림자에 이끌려서 상체를 숙였다.
 유영의 자세가 변하자, 나뭇가지는 스르르 유영의 목덜미를 놓아주었다. 유영은 허리를 구부려서, 바닷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집채만 한 그림자를 살펴보았다. 그림자 크기는 어마어마해서 배를 집어삼키고도 남을 정도였다. 유영은 그 그림자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불현듯 난폭한 바람이 불어와, 유영이 타고 있는 조각배를 덮쳤다. 조각배는 한쪽으로 기울어서, 수면에 세로로 세워졌다. 물과 바람 때문에 발을 헛디딘 유영은 배에서 미끄러져서, 그대로 검은 바다 아래 심연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한 줄기로 흐르던 시간이 정지했다. 뒤따라서 시간을 지탱하던 공간마저 무너지자, 유영은 어디에도 발을 대지 못하고, 계속 아래로 추락했다. 시간과 공간이 본래 성질을 잃은 탓에 유영의 생명도 모호한 무언가로 변했다. 유영은 물속에 가라앉았지만, 숨을 쉬지 못해서 고통받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은 채 끝을 모르고 내려갔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 유영은 톤이 높은 동물의 울음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유영은 추락하는 자기 육체를 보지 못한 채 점점 멀어지는 빛과 어두컴컴한 물속을 돌아보았다. 처음에 유영은 마치 오늘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억이 되돌아온 유영의 마음이 유영이 존재하는 검은 공간을 저승과도 같은 바다라고 정의하자, 갑자기 유영은 숨이 막힌다는 생각에 빠져, 위를 향해 팔을 뻗었다. 유영은 보이지 않는 형상을 잡으려는 것처럼 눈살을 찌푸리고 머리 위에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다가 유영은 머리 위에서 맑고 투명한 빛이 반짝이는 걸 보고 마음속으로 물었다. 혹시 하늘을 날고 있는 걸까? 어디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랑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아니야. 헤엄치고 있어.' 유영이 입을 열자, 액체 방울이 위로 올라갔다.

 유영은 숨을 쉬지도 않고, 숨을 쉬려고 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두 팔을 아래로 내렸다. 아랑이 침전하는 유영에게 그리운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너는 처음 수영 수업을 들었던 초등학교 2학년 때, 온전히 네 힘으로 헤엄치고 있었어. 그렇지만 인간들은 어머니 레아에게 육체를 허락받은 인간만 어머니의 고향인 물에서 헤엄칠 수 있다고 생각했지. 네가 태어나기 전까지 줄곧 인간들은 로컬메유가 헤엄치지 못한다고 주장했지만, 너는 그날 물에 떴어."

 과거를 그리는 유영의 눈동자가 조용조용하게 움직였다. 유영이 2학년이었던 때, 담임 선생님은 유영은 로컬메유라서 물에 뜨지 못하니, 수영장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며칠간 유영은 벤치에 앉아서, 학생들이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눈으로만 수영하는 법을 익혔다. 그런데 어느 날, 물에 자신감이 생긴 같은 반 아이들이 선생님의 신경이 다른 곳에 가 있는 동안 유영을 수영장으로 밀어 넣었다. 유영은 물에 빠져서 차차 숨이 막혀왔고, 담임 선생님은 재빨리 유영 쪽으로 걸어왔다. 선생님은 유영이 자기 잘못을 깨달을 수 있도록 유영을 잠시 책망하며 바로 구해주지 않았다.

 유영은 설교하는 선생님 앞에서 일순간 물에 뜨며, 다른 학생들처럼 다리를 버둥거렸다. 지켜보던 학생들은 이상함을 느끼고 유영 주위로 다가왔다. 그러자 대뜸 선생님이 유영의 머리를 눌러서, 유영을 물속으로 빠뜨렸다. 찰나의 순간, 유영을 보던 선생님의 두 눈은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아랑은 그날을 돌아보는 유영에게 말했다. "중앙성은 네가 다른 인간들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너와 네 가족을 괴롭히며, 빠른 속도로 네 흔적을 미디어에서 지웠지. 너도 전부 기억하고 있구나." 유영은 눈을 감았다가 뜨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줄곧 유영 혼자였던 검은 공간에 기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듯 유영 주위를 빙빙 도는 그림자를 따라서 유영은 다리를 하느작댔다. 그 그림자의 정체는 노란 바탕에 검은 띠를 두른 얼룩 바다뱀이었다.

 뱀들을 따라서 시선을 움직이는 유영의 양쪽 귀에 나지막이 나팔 소리가 들렸다. 유영은 귀를 울리는 소리에 온몸을 긴장시키며, 발아래를 보았다. 발밑에서부터 유영을 이 바닷속으로 이끌었던 거대한 그림자가 소리를 내며 올라오고 있었다. 유영은 그 그림자에 먹히지 않으려고 팔을 움직였다.
 그러나 물살을 거스를 노가 없는 유영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유영은 그 그림자가 더욱 가까이 다가오자, 겁에 질린 나머지 다시 눈을 감았다.



[EPISODE 16, CONTINUE]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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